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해밀튼 호텔 옆 골목에서 압사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먼저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압사사고는 소방당국에 10시 15분 최초 신고되어 10시 17분 출동함으로써 비극의 서막을 알렸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사망, 사고자의 대부분이 10대~20대라는 것입니다.
이태원 압사사고는 어쩌다 발생했나요?
코로나로 인해 외부활동이 제약되었다가 3년 만에 제한적 해제 상황이 되었고 그동안 외부활동 제약에 눌려왔었던 감정들이 폭발하면서 오랜만에 외부 축제를 즐기러 나온 다수의 사람들이 좁은 비탈길에 몰리게 되면서 중심을 잃은 사람들이 넘어지고 그 위로 계속 사람들이 덮치게 되어 희생자들이 많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장소가 어디인데 이렇게 희생자들이 많이 생긴 거지요?
-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해밀튼호텔 옆 골목은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골목입니다. 그리고 이 골목을 빠져나가면 좌, 우로 갈 수 있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이곳에 여러 클럽이나 세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유명한 골목이지요. 문제는 이 골목의 시작점부터 삼거리까지 구간이 비탈길이라는 겁니다. 이곳은 생각보다 급경사로 되어있기 때문에 겨울에 바닥이 얼게 되면 돌아가게 되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헤밀턴 호텔을 지나서 한남동 방향으로 더 걸어가서 세계 음식점 골목 쪽에서부터 삼거리 방향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 골목은 헤밀턴 호텔 쪽의 약간의 포켓 구역과 그 반대쪽 클럽의 출입구를 제외하고서는 별다른 탈출구가 없는 구조입니다. 그냥 평평한 담벼락으로 골목의 좌 우가 막혀있다고 생각하시는 게 맞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위쪽에서 밀려 내려오는 사람들은 마땅히 손으로 잡아서 몸을 지탱할만한 장소나 물건을 찾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 병목현상이 골목의 밀도를 가속화시켰습니다. 이 골목의 시작점은 대로변이고 끝점은 삼거리입니다. 대로변 쪽은 해밀터 호텔이 위치하고 있고 자동차 도로와 인도가 있기 때문에 이곳은 사람들이 아무리 몰려도 적정 수준 이상으로 밀집하기 어렵습니다. 또 반대쪽인 삼거리 쪽은 좌, 우로 길이 나 있고 골목의 폭도 사고 현장보다 넓으며 골목 좌우측에는 클럽이나 상가들이 있어서 몰려드는 인파를 흡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가지고 있게 됩니다.
- 몰려드는 인원을 잠시나마 흡수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즉 골목에 인파가 넘쳐날 때 점포 내부로 잠시 들어가서 몸을 피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골목 내부에는 공간이 생길 수가 있게 되는 거죠. 즉 홍수가 생겨도 나무가 많으면 그 나무들이 물을 흡수해서 홍수 피해가 줄어들 수 있는 것처럼 인파가 몰릴 때 골목 좌우측에 점포들이 있었다면 점포 안으로 몰리는 인원의 일부라도 흡수해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될 수도 있었을 텐데 이 골목은 비극적 이게도 그런 곳이 없었습니다.
이 장소에 대한 향후 해결책은 없을까요?
비탈진 좁은 골목과 막힌 담장 같은 구조에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면 이런 사고는 반드시 반복되게 될 겁니다.
또한 인파가 몰리게 되더라도 적정 수준 이상의 밀도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인위적인 구조를 만들어 두게 되면 인파는 구조적 한계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몰리지 못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버스 안에 사람을 최대한 많이 넣는 게임을 한다고 하면 좌석으로 꽉 채워진 버스보다는 좌석이나 내부 구조를 싹 들어내서 뼈대만 있는 쪽이 사람들이 더 많이 들어갈 수가 있겠죠? 아무리 사람들을 밀어 넣는다고 해도 의자나 기둥들로 구조적으로 면적 자체가 줄어들면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가기가 힘들 겁니다. 하지만, 의자도 기둥도 없는 버스라면 그 내부가 그냥 직사각형의 텅 빈 방 같은 모습이 되기 때문에 당연히 밀집도는 훨씬 높게 될 겁니다.
이런 상황을 이태원 핼러윈 압사 사고 장소에 적용을 해 본다면 어떨까요? 폭이 넓은 계단을 만들어 단위면적당 인구수를 인위적으로 줄이고 좌우측과 가운데 난간을 설치해서 인구의 밀집도를 인위적으로 조정한다면 한계치 이상으로 인파가 몰리게 되더라도 병목현상은 이 골목에서는 강제적으로 조절이 가능하게 되고 오히려 골목의 양 끝쪽 상대적으로 병목의 해소가 가능한 공간이 있는 곳에서 사람들이 모여있게 되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이런 구조물들이 있어도 갑작스러운 혼동 상황이 발생하면 역시 사고는 발생하게 되겠지만 이번처럼 이렇게 어이없이 많은 희생자들이 생기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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